16강 떨어지고도 기쁜 날
2010년 후 8년 만의 본선 1승 아쉬운 F조 3위…아름다운 퇴장 잠자던 '아시아의 호랑이'가 눈을 떴다.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을 실현하진 못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도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관계기사 9면> 한국축구대표팀은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기록한 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서 1승2패 승점 3점을 기록한 한국은 F조 3위에 그쳐 16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우승 후보 독일(1승2패)을 조별리그 최하위로 떨어뜨리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했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첫 등장한 1934년 이후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의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45분간 밀도 있는 두 줄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버텼다. 지난 18일 스웨덴전(0-1)과 24일 멕시코전(1-2패)을 잇달아 패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을 상대로 전반을 실점 없이 막아낸 뒤 후반에 역습하는 전략을 짰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습 위주의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전반에는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좌우 날개 문선민(인천), 이재성(전북)을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7명이 촘촘한 두 줄 수비망을 구축하고 독일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경기를 치른 스웨덴이 멕시코에 앞서가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내몰린 독일은 공격적인 선수 교체로 승부를 걸었다. 마리오 고메스(슈투트가르트),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율리안 브란트(레버쿠젠) 등 공격수를 줄줄이 투입하며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지만, 김영권(광저우 헝다), 윤영선(성남) 등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와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선방쇼가 이어지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득점에 실패한 독일이 흔들리는 사이 한국이 과감한 역습으로 두 골을 몰아쳤다. 후반 추가 시간에 드라마 같은 두 골이 나왔다.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이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고, 손흥민이 속공 상황에서 한 골을 보탰다. 김영권의 선제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무효로 처리되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거쳐 득점으로 인정받았다. 마지막까지 요동친 본선 F조 경쟁 구도는 스웨덴과 멕시코(이상 2승1패)가 16강에 진출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한 한국은 도전을 멈췄지만 후회 없는 승부로 한국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송지훈 기자